인간과 우주

1. 태양계의 형성, 2. 지구의 나이, 3. 생명의 탄생, 4. 생명의 기원, 5. 생명의 진화, 6. 우주와 생명

1. 태양계의 형성

태양계가 어떻게 형성되게 되었을까? 이 의문은 오래전부터 가져왔던 것이다. 이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여러가지 가설들이 만들어졌으나 아직은 만족스러운 것이 못된다. 이러한 가설이 널리 인정되기 위해서는 행성들의 물리적 특성과 궤도운동 및 각운동량 분포 등을 모두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태양계 형성에 대한 가장 오래된 가설은 성운설이다. 이 설은 회전하는 편평한 원시성간물질의 구름(성운)에서 태양과 행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 설의 가장 큰 난점은 행성의 공전 각운동량이 태양자전의 각운동량에 비해서 극히 크다는 사실이었다. 후에 이 설이 갖는 난점 때문에 조우설·쌍성설 등이 등장하였지만 이 설들 역시 또 다른 결함을 안고 있음이 밝혀졌다. 한편 C.F.바이츠제커 등은 난류이론에 입각한 신(新)성운설을 제안하였고, 또 포베다 등은 현대의 항성진화론 및 플라스마에 관한 전자기유체역학에 기반을 둔 학설을 발표하기도 하였다(1965년).

성운설(Kant-Laplace nebular hypothesis)

태양계의 생성을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설명한 학설로 독일의 철학자 I.칸트가 태양과 그 주위행성들은 회전하는 하나의 성운에서 동시에 생긴 것이라는 견해를 처음으로 발표하였다(1755년). 그 후 프랑스의 수학자 M.S.라플라스가 이 학설을 이어받아(1796년) 칸트-라플라스의 성운설로 불린다.

이 학설에 따르면 원시 태양계는 매우 천천히 회전하는 거대한 구형의 뜨거운 가스의 성운이었다. 이것이 점차 냉각되고, 중력에 의해 중심방향으로 수축하기 시작했고, 수축이 진행됨에 따라 그 회전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회전속도가 점점 빨라지자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하게 되고, 성운은 넓게 퍼져 마침내 원반상으로 되었다. 이 때 원반상 주위의 원심력은 중력과 균형을 잘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성운이 중심방향으로 수축할 때 마다 주위는 고리를 이루면서 물질이 떨어져 나오게 되었고, 이 과정이 몇 차례 반복되어, 이윽고 원시태양계는 중심성운과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몇 개의 고리 모양의 가스덩어리가 된 다음, 다시 냉각되어 중심부의 성운 태양이 되고, 떨어져 나간 고리 모양의 가스덩어리는 제각기 하나로 뭉쳐서 원시행성을 만들어 태양주위를 공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과정이 행성의 생성과정에서도 일어나 자체 위성계가 생겨났으며, 소행성군은 가스덩어리가 하나로 뭉쳐지지 못한 경우이며 행성의 고리도 원시 행성의 주위에서 가스덩어리가 뭉쳐지지 못하고 남은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이와 같은 학설은 태양계의 형성에 관해서 특히 행성들의 동일 평면상에서의 운동, 공전방향과 태양의 자전방향과의 일치 등을 잘 설명할 수 있고, 위성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는 데서 최초의 과학적인 태양계기원설로 주목을 끌어 오랫동안 많은 학자들의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후에 목성이나 토성의 역행위성이 발견되어 이 설의 모순이 드러났지만,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각운동량에 관한 것이었다. 만일 태양계가 회전하는 하나의 가스덩어리에서 생긴 것이라면 중심성운인 태양의 자전속도와 행성의 공전속도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행성의 공전속도에 비해 태양의 자전속도는 너무 느렸던 것이었다.

조우설(미행성설)

1901년 T.C.체임벌린과 1905년 F.R.몰턴이 제안한 학설로, 처음에 태양은 행성을 거느리지 않은 별이었는데 우연히 태양근처를 통과하는 별이 있어서 두 별사이에 조석력이 작용하여 태양의 내부에서 많은 가스가 분출되었고, 이 가스가 태양계의 맨 바깥까지 퍼졌다는 것이다.

처음에 퍼진 가스는 나선모양을 하고 있었다가 곧바로 냉각되어 액체모양의 물방울과 우주진과 같은 고체입자가 되었다. 이들은 차츰 모이기 시작했고 큰 덩어리는 작은 덩어리를 흡수하여 소규모의 미행성이 만들어지고, 다시 미행성들이 모여서 행성이 되었다는 설이다.

이 학설은 나선모양의 성운에서 힌트를 얻었는 데, 이 나선 성운이야말로 태양계의 옛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태양이 천천히 자전하고 있어도 근처를 통과하는 별의 속도가 빠르면 물질의 빠른 분출이 이루어져 행성은 태양주위를 빨리 공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이 학설은 20세기 전반 한때 많은 학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 경우, 태양에 끌어 당겨진 작은 물질은 뭉쳐서 행성이 되지 않고 곧바로 우주공간으로 흩어지든가 아니면 다시 태양에 끌어당겨진다는 것이 밝혀져 그 가능성이 없고 게다가 두 개의 별이 서로 그렇게 접근할 가능성도 매우 작아서 100억년의 은하계 역사중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확률이었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그런 우연한 기회에 생겼다고 할 수는 없다. 이 설은 후에 J.H.진스의 조석설의 모체가 되었다.

신성운설(난류와동설)

난류와동설은 독일의 폰 바이츠체크가 제기하고 미국의 카이퍼에 의해 발전된 학설이다. 이 학설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45억년전 태양계가 탄생했을 때, 이미 은하계는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우주공간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 은하계의 어떤 별과 별 사이에 가스와 우주진이 특이 많이 모인 곳이 생기고, 그것이 나중에는 밀도가 높은 자욱한 검은 구름 같은 모양으로 성장하였다. 이 가스와 우주진의 검은 덩어리는 몇 개의 둥근 덩어리로 나뉘어 그 중의 하나가 태양계로 전환되었다. 이 둥근 덩어리는 처음에는 얼음과 같은 고체입자와 차가운 가스의 집합으로 온도가 매우 낮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고 중력의 작용으로 작게 오므라들자 회전속도도 빨라져 원반상이 되었다. 가스나 우주진의 대부분은 중심에 모였고 나머지 가스와 우주진은 원반 모양으로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이윽고 이 원반상에 많은 소용돌이가 생겼고 그 중에서 큰 소용돌이는 작은 소용돌이를 흡수하여 점점 커지게 되었다. 이것이 마지막에는 몇 개의 소용돌이로 정리되어 마침내 현재의 행성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것이 원시행성인데 이 원시행성은 처음에는 많은 얼음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었고 수소와 헬륨과 같은 기체와 금속이나 규산염같은 고체가 모인 아주 차가운 물체였다. 이 원시 행성에서 수소와 헬륨과 같은 가벼운 원소가 계속 빠져 달아나고 남아 있던 금속이나 규산염이 작게 굳어져 생긴 것이 지구형 행성이고, 목성형 행성들은 커서 가벼운 기체를 당길 수 있었기 때문에 원시행성의 성분을 거의 그대로 갖추고 있다.

이들 행성이 빠져 나간 중심의 큰 가스덩어리와 우주진의 집합은 중력의 영향으로 수축하기 시작했고 그 온도가 계속 높아졌다. 이윽고 흐리게 빛나던 것이 밝게 빛나는 태양이 된 것이다. 태양열은 화성궤도까지 닿아 지구형 행성들을 데웠고 그 결과 지구형 행성의 얼음은 대부분 증발하여 우주공간으로 날아가버렸다. 행성의 위성들도 원시성운에서 태양계로 진화된 것과 비슷한 과정으로 생겨났다. 원반상의 원시행성안에 밀도가 높은 곳이 몇군데 생기고 이것들이 각각 하나로 정리되어 위성이 되었다. 그리고 중심의 큰 덩어리는 수축하여 행성이 된 것이다. 위성중 바깥쪽의 궤도를 돌고 있던 위성은 행성의 인력에서 벗어나 화성과 목성 사이에 모였고, 그기에서 소행성의 무리를 이루었다. 그리고 혜성은 태양계를 이룬 원시 성운의 제일 바깥쪽에 있는 차거운 얼음과 광물이 모여서 생긴 것으로 밀도가 작아 행성이 되지 못했다.

포베다 설

성간기체로부터 별이 탄생하면 초기의 젊은 별은 방대한 플라스마(고도로 이온화한 기체)의 대기에 싸여 있으며, 또 극히 빠른 자전속도(적도에서 매초 50∼500 km)를 가지고 있음이 일반적 관측사실로 밝혀졌다. 더욱이 우주공간, 특히 성간운 주변에는 자기장이 존재하는 사실도 잘 알려졌지만 별의 플라스마나 별 둘레의 대기나 성간기체에는 전자기유체역학에 의하면 자기장이 동결되어 있고, 이 자기장은 별에서 대기로, 그리고 또 그 바깥쪽으로 각운동량을 전달한다. 이런 과정으로 별은 각운동량을 잃고 자전속도는 감소한다. 이것을 태양계에 적용해 보면, 현재의 전행성의 각운동량을 태양이 처음에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할 때, 태양의 적도상의 자전속도는 매초 370 km(현재 매초 2 km)로 되어, 젊은 고온의 별들에서 관측되고 있는 회전속도와 같게 된다. 또, 행성 자전축과 위성의 공전축이 행성의 공전축에 평행인 사실은 부분적인 소용돌이가 생겼다고 생각해서 설명이 된다. 그러나 보데의 법칙은 이 설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C.F.바이츠제커의 다중구조의 소용돌이의 이론을 적용해야 한다.

만약 포베다의 이론이 옳다면, 우리는 태양계 이외에도 유사한 천체계가 다수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야 된다. 태양 자체의 나이는 항성진화론에 의해서 50∼100억 년으로 추정되었지만 이에 대해서 행성-지구의 나이는 지각 내의 방사성(放射性) 원소(우라늄·토륨)와 납의 존재비율로부터 45억 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값은 현재까지 화학분석이 이루어진 유일한 천체, 즉 운석(隕石)의 나이와 거의 일치하고, 따라서 행성의 나이는 대략 40∼50억 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양계의 생성

앞의 이론들로 생각되는 대체적인 태양계 형성의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태양은 약 45억 6천만년전 가스 물질로부터 생성되었으며, 이 가스 구름의 대부분은 수축하여 원시 태양을 형성하였고 나머지 물질들은 응축하여 수축하는 원시 태양 주위의 원반을 형성하였다고 여겨진다. 또 이 엷은 가스와 먼지구름이 응축을 하면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중심에서 태양이 탄생하여 빛을 내기 시작하였다. 주위의 회전 원반으로부터 미행성이 자라나고(지름 10 km), 수많은 미행성들이 서로 충돌하고 합체하여 큰 행성(무거운 물질은 중심으로, 가벼운 물질은 표면으로)을 이루어 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태양계 성운은 수소나 헬륨 같은 가벼운 원소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무거운 원소들도 섞여 있었는데, 이것은 태양이 태어나기전에 존재했던 태양보다 훨씬 큰 질량을 가진 1세대의 별에서 생성된 무거운 원소와 가스가 초신성 폭발을 일으켜 성간공간에 흩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태양도 처음에는 다른 별들과 함께 태어난 것으로 생각되며, 그 중에는 아주 큰 별도 있었을 것이나, 이러한 큰 별들이 빨리 진화하여 초신성 폭발 단계에 이를 때 까지도 태양은 비교적 서서히 수축을 계속해 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태양계의 안정성

태양계의 장래에 대해서, 다시말해 행성계가 안정한가? 또 언제까지 현재의 궤도운동이나 행성의 형태를 유지할 것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 태양의 진화 또는 행성 내부구조의 변화로 인한 것을 제외하고 오로지 역학적인 관점에서만 생각해보자.

먼저 궤도의 안정성 문제를 생각해보자. 행성에 작용하는 힘이 태양의 인력뿐이라면 행성은 영원히 타원운동을 하겠지만, 다른 행성이 있음으로 인해 그 인력 때문에 타원궤도를 벗어나서 최악의 경우 태양으로 떨어져 들어가거나, 반대로 태양계 밖으로 방출될 지도 모른다. 이 문제의 엄밀한 해답은 천체역학의 다체(多體)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다체문제는 풀리지 않고 있지만, 그 근사이론으로 영년섭동론(永年攝動論)이 있다. 이에 의하면, 행성의 이심률은 행성의 질량이 극도로 작지 않는 한, 영년변화는 없다는 것(라플라스의 적분으로부터의 결론), 또 궤도긴반지름은 영년변화를 하지 않는다(푸아송의 정리)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근사이론이므로 아주 먼 장래의 일을 알 수 없지만, 이 근사이론의 정밀도는 1억 년 정도라고 생각되고 있으며, 그 정도의 시간이라면 우선 궤도가 안정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행성 본체의 안정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질량 M인 천체의 근방에 이보다 질량이 작은 제2의 천체(질량 M')가 접근하면, 제1의 천체의 조석력(潮汐力) 때문에 어느 한계 이내에서는 제2의 천체가 깨어지고 만다. 이 한계를 ‘로슈(Roche)한계’라고 한다. 행성 상호간에, 또는 행성과 위성이 로슈한계 안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지 아닌지는, 궤도긴반지름의 안정성에서 일반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되지만, 접근의 가능성이 있는 특별한 예외의 경우가 있다. 그것은 달의 경우인데, 달이 일으키는 지구해양의 조류(潮流)가 지각과 마찰하고, 그 결과 달의 각운동량이 지구자전으로 옮겨가서 총각운동량이 보존되기 때문에 달은 지구로 접근한다. 그러므로 로슈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른 예는 토성의 고리로, 그 안쪽반지름은 로슈한계 내에 있고, 위성이 깨어져서 고리가 된 것으로도 생각되고 있다. 최근에 인공천체의 목성 접근에서 목성에도 토성과 같은 고리가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화성과 목성 사이의 공간에 수많이 흩어져 있는 소행성도 화성 밖을 돌던 행성이 목성의 로슈한계 안으로 들어가 깨어져서 조각난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태양계의 종말

태양이 45억년전 처음 탄생했을 때 거의 대부분은 수소로 이루어진 가스 덩어리였다. 하지만 태양은 쉴새없이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면서 45억년이라는 오랜 기간동안 하늘 저쪽에서 빛을 내고 있다. 이제 태양은 그 연료의 반을 써 버렸다. 나머지 반을 소비하는 데도 비슷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태양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소를 더욱 많이 소비하게 되어 온도가 점점 증가하게 되고 덩달아 지구의 표면온도도 증가하게 된다. 태양이 수소연료를 다 써버렸을 때는 지구 표면의 온도는 물의 끓는 점 이상으로 높아져 생물은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마침내 태양이 연소시킬 수 있는 수소를 거의 쓰고 나면 부풀어 올라 적색거성이 된다. 태양이 거성이 되면 지구에 닿을 정도로 부풀어서 지구가 삼켜질 가능성이 크다. 요행히 지구궤도가 더 밖으로 밀려나가 태양에 삼켜지는 것은 면할 수 있다 할지라도 뜨거운 복사열로 인해 지구의 대기는 다 사라지고 바닷물도 증발한 지 오래일 것이다. 이미 지구는 더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은 아닌 것이다. 이후에도 태양은 진화를 계속하여 외곽부는 계속 팽창하여 나가 행성상 성운을 이루고 중심부분은 수축하여 백색왜성이 될 것이다. 그 지름은 대략 지구의 두 배정도이고, 밀도는

0.1톤/cm^3

에 이를 것이다. 시간이 더욱 흐르면 이 백색왜성은 더욱 작아지면서 하얗게 빛을 낼 것이다. 이제 시간이 갈수록 이 백색왜성은 점점 식어가서 마침내 우주의 어둠속으로 사라져 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벌써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런 일은 아주 먼 훗날 일어날 일이며, 어쩌면 그 때까지 인류가 존재하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또 만일 그 때까지 인류가 존재한다면 과학기술도 엄청나게 발전하여 그런 재난을 미리 막을 수 있거나 보다 더 나은 환경을 가진 다른 행성이나 별로 이주해 갈 것이다.

2. 지구의 역사

지구(우주)의 나이를 처음 거론한 사람들은 성서 해석에 근거를 둔 신학자들이었다. 중세의 유대학자들은 BC 3760년경에 우주가 창조된 것으로 생각하였고, 유대인들의 달력의 기원을 그 때로 삼고 있다. 17세기 중엽 성공회의 대주교 어셔(Ussher)는 BC 4004년을, 그리스 정교회에서는 5508년을 우주 창조의 해로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전혀 터무니 없다고 생각되지만 그 당시에는 몇 천년이라는 세월도 무척이나 오랜 세월로 생각되던 시절이었다.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지구의 나이를 논한 사람은 지질학자 허턴이었다(1758년). 허턴은 '지구의 역사'라는 책에서 동일과정설을 가정할 때 지표의 역사는 수백만년은 된다는 주장을 하였으나 사람들에게는 터무니 없이 긴 시간으로 생각되었다. 그후 1830년에 지질학자 라이엘이 '지질학원론'에서 이를 재증명하고 최소 지구의 나이는 5억년은 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지질학자들이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그 때까지의 상식을 뛰어넘는 너무나 긴 지구의 나이를 이야기하게 되자, 사람들은 태양계 에너지의 근원인 태양이 언제부터 타올랐고 또 얼마나 더 탈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은 인류의 장래가 걸린 문제이기 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의 중요한 에너지원은 석탄이었다. 만약 태양이 석탄 덩어리라면 얼마나 탈 수 있을 것인가? 태양의 질량으로 미루어 수천년은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당시로서는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하지만 지질학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태양은 벌써 오래전에 다타버렸어야 한다.

물리학자 헬름홀쯔는 태양의 에너지원을 다르게 생각해 보았다. 태양이 수축하고 그 열이 에너지로 방출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태양이 처음에는 지구궤도 정도까지 컸다고 생각하자(그보다 더 크면 지구를 삼켜버리니까 그것은 안되고). 태양이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현재 크기까지 수축하는데 5000만년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다. 5000만년은 긴 시간이다. 하지만 아직도 지질학자가 이야기한 시간보다는 너무 짧았다. 또 톰슨(W.Thomson)은 열역학적으로 지구가 고온의 용융 상태로로부터 냉각일로를 걸어왔다고 가정하여 그 나이를 수천만년으로 추정하였다(1863년). 이렇게 추정된 지구의 룬은 나이는 때마침 발표되었던(1859년) 다아윈(C.R.Darwin)의 진화론을 난관에 빠뜨리게 하기도 하였다. 진화가 이루어지기에는 지구의 역사가 너무 짧았던 것이었다.

방사능이 발견된(1896년) 후, 영국의 물리학자 러더포더(E. Rutherford)는 이 새로운 열원 때문에 지구가 냉각만 계속한 것이 아니라 가열되었다고 생각하여, 새로 지구의 나이를 계산하였는데, 그 결과 지구의 나이가 훨씬 더 늘어나게 되었다(1904년).

오늘날은 방사능 연대 측정법을 이용하여 지구의 나이를 추정한다. 질량수 238인 우라늄의 절반이 질량수 206인 납으로 바뀌는 데는 42억년이란 오랜 세월이 걸린다. 이 방법으로 지구에 떨어지는 운석과 비교하여 지구의 암석의 나이를 추정한 결과 43-45억년으로 추정되고, 오늘날 지구의 나이는 45-46억년으로 여겨진다.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것은 신생대 제4기이며, 지금으로부터 약 100만년전으로 추정된다.

지구의 형성

지구가 형성될 무렵 태양계에는 수많은 운석들이 충돌하고 있었다. 이 운석들의 충돌 집적으로 미행성이 형성되었고, 이런 미행성들이 100억개 정도가 성운의 중심주위를 회전하며 떠돌고 있었다. 지구는 이런 미행성들이 서로 충돌하고 합체되어 성장하였다고 생각된다.

처음에 미행성은 온도가 매우 낮았으나 내부의 방사선 물질이 붕괴되어 열이 발생하고 온도가 상승해갔다. 온도의 상승으로 구성물질이 부분적으로 융해가 일어났는데 이 융해로 말미암아 철 니켈 등의 무거운 물질은 중심부로 침강하고 규산염 등의 가벼운 물질은 표면으로 상승하게 되었다. 중심으로 하강한 철 니켈등이 핵을 형성하고 표면으로 상승한 규산염등은 지각을 형성하였다.

지각과 해양 및 대기의 변천과 더불어 생물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역사는 지각을 형성하는 암석속에 기록되어 있다. 오늘날 이것을 과학적으로 해명함으로써 지구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지구의 시대 구분

지구시대는 크게 지구표면에 지각이 형성되기 이전까지의 성(星)시대와 그 이후의 지질시대로 구분한다. 그 기간은 지각의 가장 오래된 암석의 나이가 38억 5천만년, 또 광물의 나이가 42억년으로 미루어 볼 때, 지질시대는 약 40억년으로 추정된다.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연대단위는 지연대 단위가 사용되며, 각 단위 시대 동안에 형성된 지층 단위인 연대층서단위가 쓰이고 있다. 그리고 지질시대는 암석속에 기록된 변화에 의해 세분되며, 크게는 지층 속의 산출화석이 극히 빈약하거나 거의 없는 은생(隱生)이언(eon)과 화석산출이 풍부한 현생(顯生)이언으로 구분된다.

지연대 단위

연대층서단위

이언

eon

이어너뎀

eonothem

대(代)

era

대층

 

기(紀)

period

계(系)

system

세(世)

epoch

통(統)

series

절(節)

age

조(組)

stage

크론

chron

크로노존

chronozone

표1:단위

대기의 생성

지구가 원시 행성이었을 때 원래 가지고 있었던 가스와 얼음은 지구가 굳어지는 동안에 우주공간으로 빠져 나가 버렸다. 그러므로 이때에는 지구에 대기가 없었을 것이다. 그후 지구내부에 포함되어 있던 가스가 빠져나와 지구 주위를 둘러싸게 되었는 데 이것이 원시대기이다. 이 원시대기는 주로 메탄, 암모니아, 수증기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윽고 태양열이 수증기를 산소와 수소로 분리시켰고, 산소는 메탄과 반응하여 탄산가스와 물이 생성되었다. 또 태양열은 암모니아에서 질소를 분리시켰다. 이렇게하여 탄산가스와 질소를 주성분으로하는 대기가 생겨났다. 현재 대기중 20%를 차지하는 산소는 대부분 지구상에 녹색 식물이 출현한 후에 생긴 것이다. 녹색식물은 광합성의 부산물로 대기중에 산소를 방출한다.

바다의 생성

지구상의 물은 바다, 강과 하천, 그리고 호수와 늪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지구의 표면을 덮고 있다. 이것을 수권이라 부른다. 수권의 대부분은 바다이다. 수권이 이루어진 과정은 바로 바다의 형성과정이다. 지구의 역사가 시작될 무렵에는 원시지각이 엷었고, 화산활동이 활발했다. 이 화산활동에 의해 다량의 물과 염분이 지구내부로부터 빠져나와 지구의 표면을 덮었다. 이것이 원시해양이다. 당시의 바닷물은 지금보다 훨씬 적었고 염분도 조금밖에 섞여 있지 않았다. 그 후 지구가 차츰씩 냉각되면서 공중에 있던 수증기가 비가 되어 지상에 내렸다. 이 비는 바닷물의 양을 증가시켰고 동시에 육상의 염분을 바다로 실어 날랐다.

3. 생명의 행성

생명이 언제 어떻게 지구상에 나타났는가? 이것은 모두가 알고 싶어하는 수수께끼이다. 이것은 또한 철학이나 신학의 과제이기도 한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다만 과학자들이 인정하는 것은 생물이 무생물에서 진화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40억년전 이미 지구상에는 바다와 대기가 있었다. 과학자들은 무생물에서 생물이 진화되는 과정은 아마 그 무렵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생물이 처음 지구상에 나타나는 데는 오랜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무기물에서 단순한 유기물이 만들어졌다. 이 간단한 유기물은 원시해양의 밑바닥에 가라앉은 점토에 달라붙어 점차 쌓이고 쌓여 서로 반응하는 가운데 보다 복잡한 유기물로 진화했다. 이렇게하여 단백질이나 핵산이 만들어졌고, 마침내 그것이 성장하여 자손을 만들 수 있는 것, 즉 생물로 진화한 것이다.

생명은 바다에서 탄생

지구가 생성되고 약 10억년 후, 지금으로부터 약 35억년쯤전에 원시 지구의 바다 또는 대양에서 생명이 싹트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화석이 잘 보여주고 있다. 최초의 생물은 복잡하거나 정교한 것이 아니고 단세포 생물이었다. 그러한 초기 무렵에는 대기중에 수소원자를 많이 가진 단순한 분자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들 분자에 번개가 작용하거나 태양의 자외선이 부딪치거나하여 분자는 분해되었다. 이렇게 분해된 파편은 자연스럽게 재결합하여 더욱 더 복잡한 분자가 되었다. 이러한 초기 화학 반응으로 만들어진 것은 대양의 물에 녹고, 대양의 물은 유기의 수프가 되었다. 이 수프는 점차 복잡한 것으로 되어 가다가 어느날 갑자기 자기 자신과 똑같은 것을 만들어 내는 분자가 아주 우연히 만들어졌다. 그것은 수프안의 다른 분자를 재료로하여 자기 자신의 조잡한 복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이것이 DNA의 가장 오래된 조상이었다. 이 DNA는 지구생물의 핵심이 되는 분자였다.

돌연변이는 DNA가 복제 작업을 할 때 효소인 DNA 폴리메라제가 실수를 저지름으로 일어난다. 또 돌연변이는 태양으로부터 오는 방사선, 자외선, 우주선, 환경 속의 화학물질에 의해서도 일어난다.

박테리아에서 조류로

최초의 생물은 간단한 세포로 이루어진 박테리아 같은 것이었다. 무생물에서 이 최초의 생물이 나타나기까지는 박테리아가 고등생물로 진화하기까지 이상의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남아프리카에서는 30억년전 선캄브리아기의 지층에서 박테리아로 보이는 화석이 발견되었다. 이는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보다 시간이 흘러 20억년전쯤의 지층에서는 보다 확실한 화석이 발견되었다. 캐나다 온타리아주 남부에 있는 20억년전 선캄브리아기 지층에서 나온 박테리아와 물에 사는 수초의 일종인 조류의 화석이다. 이 무렵의 생물계는 100만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단위로 진화해 갔다. 이 박테리아나 조류는 이윽고 엽록소와 빛에 의해 이산화탄소를 동화하여 산소를 만들 수 있는 생물, 즉 녹색 식물로 진화했다.

환경과 원시생명의 진화

생물발생 이전의 지구에는 유리산소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출현한 생물은 산소없이 유기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발효형 미생물이었다고 생각된다. 발효에 의해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다음으로 이 이산화탄소를 이용하여 빛 에너지로 유기물을 합성(광합성)할 수 있는 '식물'이 나타난다. 여기에서 최초로 산소가 발생한다. 그 다음에 산소에 의한 에너지 획득수단으로 하는 동물이 발생했다고 생각되고 있다. 말하자면 환경의 변화가 생물을 변화시키고, 반대로 생물이 환경을 변화시키는(환경의 생물화) 양자의 밀접한 상호작용을 볼 수 있다. 생물과 자연을 합쳐 생태계라고 하는데, 구조의 발전과 함께 생물은 보다 높은 단계의 생물로 진화하였다. 생명현상의 분자수준에서의 해명이 좀더 진행되고, 생명의 기원에 관한 문제점이 우주생물학이나 모델실험에 의한 기여등으로 해결될 때, 생명의 정의는 다시 검토되지 않으면 안된다.

산소의 생성

식물들은 서로 힘을 합쳐 일하여 지구 환경을 놀랍게 변화시켰다. 녹색식물은 산소를 만들어 낸다. 그 무렵에는 대양은 녹색 식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에 산소는 지구 대기의 주성분을 이루게 되었으며 수소가 많은 원래의 대기는 돌이킬수 없는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하여 생물과 관계없는 반응에 의해 생명의 재료가 만들어졌었던 지구역사의 한시대가 끝났다.

산소는 유기물의 분자를 낱낱이 분해해 버리는 성질을 갖고 있다. 우리들은 산소없이 살아갈 수 없지만 원래 산소는 벌거벗은 유기물에게는 독이 된다. 산소를 갖는 대기로의 이행은 생명의 역사상 아주 커다란 위기였다. 산소를 잘 받아들일 수 없는 생물은 멸종했다.

지구의 대기에 포함된 질소는 화학적으로 산소보다 훨씬 비활성 가스이며 따라서 산소보다 훨씬 해가 적다. 이 질소가스 역시 생물이 만들어내고 유지해 온 것이다. 지구 대기의 99%는 생물이 만들어낸 것이다. 푸른 하늘은 생물에 의해 만들어 졌다.

동물의 출현

지구상에 녹색 식물이 출현하자 대기속에 산소가 방출되면서 산소의 양이 점점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산소의 양이 동물이 호흡할 수 있을 정도로 증가하였고, 마침내 동물이 출현하였다. 산소는 동물의 호흡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성층권속에 오존층을 만들어 태양의 자외선을 흡수한다. 만약 오존층이 없다면 태양의 강렬한 자외선이 지표에 직접닿아 지구상의 생물의 생존에 위협받게 될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보더라도 동물이 나타난 것은 산소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6~7억년전의 선캄브리아 지층에서 수많은 동물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이들은 모두 무척추동물들이다. 이들은 선캄브리아 말기에 나타났던 것이다. 이렇게하여 지구상에 나타난 식물과 동물은 그 후 몇번의 성쇠를 반복하면서 현재와 같은 인류가 지배하는 세계를 형성했다.

가이아 가설(Gaia hypothesis)

지구에 생명이 존재하는 것은 지구의 환경 조건이 생명이 존재하기에 적합한 때문이다. 너무 덥거나 춥지 않고, 우주에서 날아오는 치명적인 복사는 지구 대기가 차단해 주고 있다. 또한 화학적 생화학적 환경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생명체가 존재할 뿐만아니라 풍부하게 번식해 갈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쾌적한 환경조건 자체도 긴 시간동안 생명체와 함께 진화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거나 파괴되면서 다양한 생명체가 감소하고, 심지어는 전멸 위기에까지 놓였다.

지구에서 생명의 중요한 요소인 물은 액체상태로 존재한다. 지구의 평균표면온도는 15。C로 물의 어는 점보다 높다. 이는 단순히 태양복사만으로 가열되었을 때 보다 약 33。C 높다. 그 이유는 이산화탄소와 수증기의 온실효과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구에서는 금성처럼 극심한 온실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지상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이 환경변화를 스스로 조절해 왔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이아 가설의 핵심이다.

1960년대에 영국의 대기과학자 러브록(James Lovelock)은 미국의 생물학자인 마굴리스(Lynn Margulis) 등과 함께 스스로 조절하고 균형을 이루는 지구자연계를 연구하여, 지구 전체를 하나의 살아 있는 조직으로 간주하여 지구의 기후가 지속적으로 변하긴 하지만 각각의 특정 기간에서는 기후가 안정성을 갖는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재순환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녹색식물은 햇빛, 이산화탄소, 물을 이용하여 탄수화물을 만든다. 이 때 산소가 부산물로 나오고, 이는 동물의 호흡에 쓰인다. 식물이 죽어서 썩으면, 조직속에 있던 탄소는 대기의 산소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가 방출되고, 이는 온실효과를 촉진시킨다. 그러나 탄소중 일부는 순환에서 영원히 배제되기도 하는데, 일부는 물에 녹지 않는 탄화칼슘과 같은 해양생물의 껍질로 남거나, 해저에 침전물로 쌓인다. 가이아 가설에 따르면 이렇게하여 탄소가 과생산되는 것이 방지된다고 한다.

생명체는 다른 순환계나 온실효과를 조절하는 과정에도 관여한다. 예를들면 황 및 요오드의 순환에는 미세한 수중 식물이나 식물 플랑크톤이 관여한다. 식물은 이러한 원소를 포함한 입자를 방출하고, 그 입자 주위에 대기의 수증기가 달라붙어 구름을 형성한다.

수증기가 상승하면서 냉각, 응축되어 구름이 생성된다. 그리고 지구의 온도가 높을 수록 지구 표면의 2/3를 덮고 있는 대양에서 증발되는 수증기량은 더욱 많아진다. 구름은 하얗기 때문에 햇빛을 우주공간으로 도로 반사시켜 지구를 냉각시키는 효과를 낸다. 그리고 구름은 비를 뿌려서 물을 다시 지면으로 돌려 보낸다.

생물학적 요인도 지상의 환경조절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인간의 존재가 심각한 요인들을 만들어 낸다. 그중 큰 것 두가지만 들면 오존층의 파괴와 지구온난화이다.

산소원자 3개로 이루어진 오존분자는 태양자외선이 대기의 산소를 분해함으로써 생긴다. 오존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 곳은 지상 13-24km 높이이다. 오존층은 지상의 생명에게 매우 유익한 존재이다.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자외선을 차단해 주기 때문이다. 자외선이 그대로 내리쬔다면, 인간이나 다른 동물들의 피부에 치명적인 암을 유발할 것이다. 자외선은 또한 원소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식물 플랑크톤의 존재를 위협한다. 그리고 곡물은 자외선에 노출되면 작황이 줄어든다. 또한 오존이 고갈되어 상층대기가 냉각되면 기후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4. 생명과 그 기원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는 무엇인가? 또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모든 생물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속성 또는 특성이라 할 수 있으며, 생물에는 이른바 생명현상 또는 생명활동이 수반된다. 모든 생물체는 세포로 이루어지고, 모든 생물체는 세포의 작용으로 살아간다. 아메바는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이다.

생명의 정의

지금까지 내려진 생명에 관한 정의를 몇 가지 살펴보면, 생물학의 발달과 더불어 생물의 특성으로 열거되어 온 것은 유기물질을 바탕으로 구성된 생체유기물질의 생산, 하나의 세포로부터 시작되는 성장·구성·조절성·자극반응성·물질대사·증식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이들 중 한 가지 또는 몇 가지를 가지고 생명을 정의해 보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자연계에 존재하는 무생물에서도 앞에 든 것과 유사한 현상이 발견된다든지 이러한 생물의 특성을 기계적인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생명을 엄밀히 정의하기는 매우 곤란하다.

그렇지만 상당히 널리 보급된 정의도 있다. F.엥겔스에 의한 “생명이란 단백질의 존재양식이다.”라는 정의가 그것인데, 이 정의는 물질대사를 생명현상의 기본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이 정의는 생물체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질대사는 효소라는 단백질이 주체가 되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물질대사에 대해 주목한 것은 생물체가 끊임없이 물질의 출입과 변화,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에너지의 전환 및 출입을 경험하면서 일정한 평형을 유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한 것과도 연관이 있는 일이다.

생체론에서는 이러한 동적평형과 위의 계층구조를 생명현상의 두 가지 특징으로 들고 있다. 그런데 동적평형이 뜻하는 것은 생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붕괴, 즉 죽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인데, 생과 사는 표리일체의 관계에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1940년대에 이르러 핵산의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단백질 또는 물질대사만으로 생명을 정의한다는 것은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유력하게 되었다. 핵산 중에서도 DNA는 유전자의 본체이어서 증식의 기초가 되는 물질이므로 물질대사보다는 오히려 증식이 생명의 기본적 특성이라고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와는 달리, 거의 모든 생물체의 현상이 피드백(feedback)조절이 기본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생명이란 제어 바로 그것이다.”라는 정의도 제안되기에 이르렀다. 이 정의에서는 생물과 자동제어기계가 혼용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계는 어디까지나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므로 인간의 부속물로 간주하면 된다는 것이 이 제안 속에 포함되어 있다.

생명론

생명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명론에 있어서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생명을 완전히 물질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 아니면 그 이상의 어떤 특수한 원리가 작용하는가 하는 점이다. 후자는 예전부터의 일반적인 개념이었으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영혼론으로 생명에 철학적 형식을 부여하였고, 근세 이후에도 여러 사상형식을 갖춘 영혼론이 제창되었다. 이것들은 모두 생기론이라고 불리고 있다. 이에 반하여 전자는 일반적으로 기계론이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17세기에 R.데카르트가 처음으로 그러한 견해를 분명히 하였다. 근세 이래의 생물학에서 생명현상이 하나 둘씩 물질적으로 해명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기계론이 점차 유력해지기 시작하였다. 이에 대해서 H.드리슈는 신(新)생기론을 제창하여 전체성의 원리를 도입하여 20세기의 여러 가지 생명전체론(生命全體論)의 바탕을 마련하였다. 전체성의 원리라는 것은 전체에 있어서는 부문의 법칙으로 환원되지 않는 법칙성이 성립한다는 것으로 L.베르탈란피의 생체론에 있어서의 생물현상의 계층구조에 대한 주장도 이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편, 생물 개체와 그 환경과는 하나로 묶어 생각해야 된다는 전체론(全體論)도 있다. 많은 전체론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생기론의 냄새가 풍기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변증법적유물론의 입장에서의 생명론은 원래 기계론의 계보에 속하지만, 생명현상의 계단적 구조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전체론과 닮았다. 그런데 N.위너에 의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의 창시와 그와 관련되는 생명현상의 해명, 특히 뇌를 컴퓨터에 비유하는 견해 등의 확립은 생물체를 복잡한 자동기계로서 이해하는 데카르트적인 기계론을 강화시키고 있다. 아무튼 생명을 둘러싸고 있는 신비의 베일이 벗겨지는 날 생명을 새로이 정의하는 일은 철학자의 것이 될 것이다.

생명의 기원

태양계내에서 생명은 지구상에서만 유일하고 또 풍부하다. 복잡 미묘한 생명이 언제 어떠한 경로를 거쳐 이 지구상에 나타난 것인가? 이에 대한 접근법은 각 시대에의 생명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그것은 생물학의 진보를 반영하는 한편, 반대로 생명의 기원에 대한 연구가 생물학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 상호관계가 있다. L.파스퇴르는 1862년 미생물도 역시 어버이 없이는 자연발생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생명이 어버이에서만 비롯되는 것이라면 생명의 기원은 무한히 거슬러 올라가면 시작이 없다는 모순을 깨닫게 되고 여기에 생물이 진화한다는 생각도 가미되어 생명은 어느 시점에서인지는 모르나 한번은 자연발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차츰 확립되기에 이르렀다.

생명의 기원에 대한 오늘날의 견해의 요점은 유기물질로부터 생물로 연속된 단계를 거쳐 진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인데 1928년 J.B.S.홀데인이 시사하고 36년 A.I.오파린이 처음으로 체계를 세웠다. 그의 요점은 무기물에서 유기물이 합성되고 이러한 유기물이 원시해양에서 처음으로 일정한 형태를 만든 것이 코아세르베이트(coacervate)라는 것이다. 이러한 오파린의 생각을 일부 보완하고, 일부는 별개의 경로를 제안한 것으로는 S.W.폭스의 프로테노이드설 등이 있다. 원시해양 속에서 유기물이 생성되어 축적될 수 있다는 점에 관해서는 60년 이후의 수많은 실험 결과가 뒷받침하고 있지만, 원시생명체에서의 핵산과 단백질의 중요성이라든지, 이들 두 물질의 관계, 그리고 현재의 생물 세포의 구조는 코아세르베이트에 비해 훨씬 복잡하다는 등의 여러 가지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될 기본적인 문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생명 기원 학설

생물학에서의 생명에 대한 가설은 크게 다음 3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생명은 오늘날에도 무생물에서 쉽게 자연 발생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생명은 먼 과거로부터 우주에 존재했던 것으로, 지구가 생겨난 직후 지구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지구 역사의 어느 시기에 일련의 화학반응이 거듭되어 무생물적인 유기물질이 합성되었고, 그 후 물질의 진화과정에서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유기체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1) 자연발생설

생물의 자연발생은 고대로부터 널리 퍼져있던 관념이었다. 하지만 17세기가 되어 발생에 대한 관찰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의문이 생기게 되었다. 17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레디는 날고기를 병에 담아 가제로 덮어두면 구더기가 생기지 않고 덮어두지 않으면 구더기가 생긴다는 관찰에서 구더기는 파리의 알이라는 것을 밝혔다. 그러나 생물의 자연발생에 대한 일반적인 부정까지는 이르지 못하였으며, 그후의 연구에 의하여 복잡한 구조를 갖는 생물의 자연발생은 부정되었다. 18세기 후반이후에는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미소한 생물의 자연발생이었다. 육즙의 부패나 포도즙의 발효를 둘러싸고 푸셰와 논쟁을 벌이며 연구를 거듭하던 파스퇴르는 유기물을 함유한 액체를 멸균한 후 공기와 접촉시켜도, 공기 속의 미생물이나 포자를 적당한 방법으로 없애면(백조머리 플라스크를 이용함) '자연발생'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여 자연발생의 부정에 성공하였다.

(2) 우주 기원설

1860년을 전후하여 생명관에 또다른 획기적 사건은 다윈이 저술한 '종의 기원'(1859)이었다. 생물진화과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구에서 가장 원시적인 생물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 가장 원시적인 생명체는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는가? 생명에는 기원이 있을 것이라는 논리적인 결론과 생물의 자연발생은 없다는 실험결과 사이의 모순이 생긴다.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생물의 배종이 다른 천체에서 지구로 떨어져 발전했다는 설이 나타났다. 독일의 리히터가 1865년에, 영국의 W.T.켈빈이 71년에 생명의 배종을 고형입자가 우주공간에서 날아오든가 또는 천체끼리의 충돌로 생물을 부착하고 있는 파편이 우주공간으로 흩어져 날아와 지구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또 스웨덴의 물리학자 S.A.아레니우스는 원시생물이 우주에서 광압을 타고 지구에 도달했다는 이론적 가능성을 제시했다(1903, 1908). 오늘날 이 설은 부정되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우주공간에 존재하는 여러 고에너지 방사선에 견딜 수 있는 생명체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주기원설은 본질적으로 지구의 생명 기원이라는 문제가 다른 천체의 생명기원이라는 문제로 전가되기 때문에 설사 그 설이 옳다하더라도 진정한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3) 물질진화론

이것은 물질 진화의 귀결로 생명이 나타났다는 것인데, 생명의 자연발생이나 우주기원설 대신, 오늘날에는 지구의 생명은 지구에서의 유기물 진화의 결과로 생겼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소련의 생화학자 A.I.오파린이나 영국의 J.B.S.홀덴은 천문학과 지구화학 등의 자료를 모아 원시지구의 상태를 상정하고, 원시적 생명체를 구성하는 유기물등이 어떠한 과정으로 무기물에서 발생탖는가를 고찰하여 생명기원설을 세웠다(1922). 오파린은 저서 [생명의 기원](1936)에서 단백질 생성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후에 핵산과 단백질이 한데 모인 계로 생물이 생성된다는 관점을 중요시하였다.

한편 미국의 S.L. 밀러는 오파린과 홀덴이 상정한 원시지구의 생리학적 화학적 환경을 모방한 조건에서의 모델실험으로, 유기물 합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지구가 형성된 것은 46억 년 전이고, 이어서 원시바다와 원시대기가 생겼고, 원시대기는 유리질소를 함유하지 않은 환원성을 가진 것이라 생각되고 있다. 여기서 밀러는 원시 대기권의 가상성분인 메탄,암모니아,물,수소의 혼합기체를 전극을 통하게 한 유리관 속에 봉입하였다. 몇주간의 방전에 의해 여러 단순한 유기분자가 기체상에서 분리되어 유리관 바닥에 쌓였고, 이 속에는 몇 종류의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었다. 이러한 생성물의 상당한 종류가 월석이나 운석에서 검출되고 있다. 이것은 간접적이긴하나, 생명탄생에 필요한 성분이 무생물적으로 원시지구에서 생성되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해 준다. 생성된 유기물은 원시해저 속에 축적되고, 이윽고 물질대사나 자기복제 능력을 가진 세포구조, 즉 생명이 탄생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유기물에서 생명으로 발전한다는 경로는 일반적으로 믿고 있는 생각이지만, 실험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5. 생명의 진화

오랜 세월동안 지구상에 사는 생물이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분명하다. 그 사실은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후 짧은 기간동안에 볼 수 있는 동물과 식물의 변화로 미루어 보아도 명백하다. 화석은 더욱 명백하게 그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아득한 옛날에는 지금과는 다른 생물이 수없이 많이 지구상에서 살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생물들은 완전히 지구상에서 그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 지구상에 살고 있는 동물이나 식물보다도 훨씬 많은 종류의 동물과 식물이 지구의 역사속에서 멸종되어 갔다. 그들은 진화 실험의 막다른 골목이었다.

우리는 진화의 흔적을 동물들의 가축화 과정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동물들이 가축화 된 것은 기껏해야 1만년 내외이다. 처음 양에서 얻을 수 있는 양털의 양도 적었고 거칠거칠 하였지만, 지금은 얻을 수 있는 양털의 양이 10배 이상 증가하였고 양털도 고르고 섬세하다. 또 젖소에게서 얻을 수 있는 우유의 양도 수천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러한 일은 인위선택의 결과이며, 인위선택에 의해 단기간에 동물들도 가축화에 따른 유전자 변화가 대단히 빨리 일어날 수 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수십억년에 걸친 자연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진화는 이론이 아니라 사실이다. 자연은 다산이다. 동물과 식물은 살아남을 수 있는 수효보다도 훨씬 더 많은 새끼를 낳는다. 그 새끼들 중에 우연히 살아남을 능력이 큰 것이 있으면 환경은 그것을 선택한다. 유전자 위에 돌연히 나타난 변화가 돌연변이이다. 이같은 돌연변이는 자손에게 계승되어 진화의 소재가 된다. 환경은 생존에 보다 적절한 몇 개의 돌연변이종을 선택한다. 그 결과 그 생물의 형태가 서서히 변해가며 그것이 새로운 종의 기원이 된다.

진화론(evolution theory)의 역사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 중에는 사물의 생성문제를 논한 사람이 많았다. 그 중 한 사람인 엠페도클레스는 지(地)·수(水)·풍(風)·화(火) 4원소의 결합 분리로 경험세계의 생멸의 사실을 설명하려 하였고, 동물체의 여러 부분이 발생하여 지상에서 결합되었다고 했으며, 아낙사고라스는 사람은 물고기 모양의 조상에서 유래하였다고 설명하였는데 흔히 사람들은 이들의 설이 진화관념의 효시라고 여긴다. 또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물의 여러 부류가 완전의 정도에 따라 관계적으로 연쇄를 이루어 배열되어 있다는 자연의 단계(scala naturae)를 설명하여, 이것이 근세에 와서 동물을 하등한 것과 고등한 것으로 분류하게 하고 진화사상을 낳게 한 토대가 되었다고도 한다.

근세에 들어와서 진화사상이 어느 정도 뚜렷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중엽 프랑스였고, 그 배경은 뉴턴 역학의 기본적 관념이 프랑스에 보급되어 자연의 인과적 변화의 관념이 확립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체계적인 진화론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라마르크이다. 그는 '동물철학'(1809)이라는 저서에서 동물분류학·생명론·감각론과 함께 진화사상을 상세하게 기술하였다. 라마르크는 무기물에서 자연발생한 미소한 원시적 생물이 그 구조에 따라 저절로 발달하여 복잡하게 된다는 전진적 발달설과 습성에 의해 획득된 형질이 유전함으로써 발달한다는 설을 함께 설명하였다. 그는 전자로는 큰 동물 부류들이 단계적으로 배열됨을 설명하고 후자로는 종의 다양성을 설명하려고 하였다. 또한, 그는 동물은 내부감각으로 생기는 욕구로 진화한다고도 하였다. 라마르크의 학설은 당시에 실증적인 생물학이 대두되고 있는 때였으므로 허무한 사변이라고 묵살되거나 배격되었다. 그 이유는 당시 비교해부학자·분류학자였던 창조론자 G.퀴비에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진화론을 확립한 사람은 C.R.다윈이다. 그는 저서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에서 자연선택설을 근간으로 하여 새로운 종이 생기는 메커니즘을 설명하였는 데 변이의 원인 중의 한 가지로 라마르크의 용불용설(用不用說)도 채용하였다. 그러나 다윈은 라마르크의 ‘전진적 발달’을 배격하였다. 다윈은 자연선택설을 제창했을 뿐만 아니라 진화의 증명이 될 수 있는 생물학상의 사실적인 예도 많이 들어 생물 진화를 사람들에게 확신시키는 데 공헌하였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은 영국의 산업자본주의 발전을 반영한 것이며, 자유경쟁에 의한 번영의 이념을 생물계에 도입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것은 '종의 기원'이 종교적인 반감을 일으키면서도 급속히 보급된 원인 중의 하나이다.

다윈의 진화론은 생물학의 각 분야에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사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이를테면 H.스펜서가 제창한 사회다윈주의는 생존경쟁설에 따라 인종차별이나 약육강식을 합리화하여 강대국의 식민정책을 합리화하는 데 이용되었다. 다윈 이후 진화학설에 관한 논의가 그치지 않았는데 그 쟁점의 하나는 라마르크와 마찬가지로 다윈도 믿었던 획득형질의 유전문제였다.

A.바이스만은 이것을 부정하고 ‘생식질의 연속설’(85)을 제창한 사람으로, 자연선택만능을 부르짖었으므로 이것을 ‘신다윈설(Neo-Darwinism)’이라고 한다. 이 신다윈설에 맞서서 획득형질의 유전을 주장하는 ‘신라마르크설(Neo-Lamarckism)’도 나왔다. G.J.로마네스, M.F.바그너 등은 지리적 또는 생리적인 격리에 의한 교잡의 방지가 없이는 생물의 진화는 있을 수 없다는 격리설을 주장하였다. 19세기 말이 가까워짐에 따라 다윈설의 결함이 차차 드러나고 진화론에 입각한 계통탐구의 어려움이 인식되면서 생물학이 기재적 형태학(記載的形態學)으로부터 실험생물학으로 발전하기 시작함에 따라 진화론에 대한 관심이 차차 감소되었다.

진화론이 동인(動因)이 되어 움트기 시작하던 유전 연구는 1900년 멘델리즘의 재발견을 기점으로 하여 새로운 전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20세기 초에는 유전자의 불변성이 믿어졌고, W.L.요한센은 순계설(純系說:1903)을 내세워 선택은 순계의 분리에 소용될 뿐이며 환경에 의한 변이는 진화에 중요하지 않다고 하였다. H.드 브리스는 달맞이꽃의 연구로 돌연변이설(1901)을 세웠는데 진화는 순계에 있어서의 일련의 돌연변이로 말미암아 일어나며 자연선택은 별로 역할이 없다고 하였다. J.P.로티는 교잡에 의하여 진화가 일어난다는 교잡설(16)을 주장하였다.

이렇게 20세기 전 사반기에는 진화학설이 일면화한 경향이 있었고 유전학의 초기의 성과가 유전의 고정성만을 강조하는 인상이 짙었던 탓 등으로 인해 진화의 메커니즘에 관해서는 종전의 여러 설에 회의를 품고 불가지론에까지 빠져, 이른바 불가지적 시대를 초래하였다. 그러나 이 사이에 진화에 대한 믿음이 동요된 것은 아니고, 진화의 이해에 공헌할 생물학의 여러 분과, 특히 유전학의 연구는 진행되고 있었다. 얼마 안 가서 유전학의 급속한 발전으로 돌연변이의 본질이 밝혀지고 생물학의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성과가 집적됨으로써 진화의 경로 및 요인에 관한 연구가 비약적으로 진행되게 되었다. 이리하여 돌연변이·교잡·격리·자연선택 등을 진화의 요인으로 종합적으로 생각하는 현대적 종합설 시대가 오게 되었다. 이런 움직임은 T.도브잔스키의 《유전학과 종의 기원》(37)에서 처음으로 잘 나타나고 있다. 한편, 1845년 이후에 분자생물학이 발달함으로써 분자 수준에서 진화의 문제가 논의되었다.

진화(evolution)의 문제

현재 지구상에는 조건이 서로 다른 여러 가지 환경 속에서 매우 많은 종류의 생물이 살고 있다. 이미 알려진 것만 해도 동물이 약 120만 종, 식물이 약 50만종이며,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 것들도 상당한 수로 추산된다. 예전에 살았다가 멸종된 것들은 현재 살고 있는 종들보다도 더 많았으리라고 여겨진다. 이 많은 생물들 중에서 어떤 것들은 서로 매우 비슷하고 또 어떤 것들 사이는 차이가 매우 크며, 하등한 것도 있고 고등한 것도 있다. 그러면 이와같이 다양한 생물들의 유래는 어떠할까.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든 종류의 생물은 신이 따로따로 창조한 후 변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다는 창조설을 믿고 있었는데 오늘날에도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자연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생물은 진화한다는 이론이 대두되었다. 생물의 진화를 정의하는 일은 간단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진화론을 확립한 C.R.다윈은 진화를 ‘변화를 따르는 유래’라고 했고, 실제로는 생물의 계통성을 주안점으로 하여 새로운 종의 기원, 즉 새로운 종이 형성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논하였다.

진화란 생물이 환경 속에서 생식을 통하여 대를 이어가는 사이에 변화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구조나 기능에 있어서 간단한 것으로부터 더욱 더 분화하고 복잡한 것으로 발전하며, 적은 수의 종류로부터 많은 종류로 갈라져 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아마 무난한 정의일 것 같다. 한편, 생물체를 부분적으로 볼 때에 어떤 기관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하는 데 대하여 어떤 기관은 퇴화(退化)하는 현상도 있다. 이러한 것도 진화의 일면이며 퇴화는 진화의 반의어가 아니다.

진화문제를 다룰 때 흔히 지구상의 최초의 생물의 기원, 즉 생명의 기원문제를 다루는데 이것은 화학적 진화로서 생물의 진화와 구분한다. 물론 화학적 진화와 생물의 진화는 일련의 현상이다. 진화는 생물의 역사문제이며, 더구나 유사 이래의 세월에서는 진화라고 할 만한 큰 생물의 변화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진화는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진화를 증명하는 사실로 거론되는 것은 거의 모두 생물이 진화한다는 가정으로 설명될 수 있고 다른 가정으로는 설명이 곤란한 사실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또한, 생물의 여러 무리의 계통관계 또는 적어도 유연(類緣)관계의 추정을 나타내는 일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면, 시조새의 화석이 진화의 증거로 제시되는 것으로 파충류로부터 조류가 유래하였다는 계통이 추측된다.

진화문제를 고찰할 때에는 이것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진화사실의 입증, 둘째는 진화경로(진화의 경향성 포함), 셋째는 진화요인(要因) 또는 메커니즘 문제이다.

진화의 증거

⑴ 화석상의 증거

화석은 진화의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증거이다. 지층이 다르면 그곳에서 출현하는 화석의 종류도 다른데 이것은 생물의 변천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대체로, 새로운 지층에서 발견되는 화석일수록 더욱 발달된 생물의 모습을 나타내는 것도 있는데, 이것으로 생물은 간단한 것으로부터 발달된 복잡한 생물로 변화해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조새는 파충류에서 조류로 진화한 이행형태를 나타내는데, 이와 같이 화석 중에는 이행형(移行型)이 많다. 연체동물의 암모나이트류나 포유류의 말과 같이 지층의 순서에 따라 많은 화석이 발견된 무리에서는 한 무리 안에서 일어난 진화의 경로도 알 수 있다.

⑵ 분류학상의 증거

19세기에 진화론이 확립된 가장 기본적인 토대는 분류학이었다. 동식물을 분류하는 데는 종을 기본 단위로 하여 생물군들을 그 형질의 특이성과 공통성에 따라 점차 더 포괄적인 범주(속·과·목·강·문 등)로 묶어간다. 이렇게 하면 생물의 여러 무리는 서로 형태상의 관련성이 있고, 각 무리 사이에는 유사 정도가 매우 큰 것과 작은 것이 있고, 이것들을 단급적(段級的)이고 계통수적(系統樹的)인 배열을 할 수 있다. 또한, 생물 무리들 사이에는 이행적이고 교착적(交錯的)인 중간형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유조동물의 발톱벌레(Peripatus)는 환형동물과 절지동물의 중간형, 연체동물에 넣고 있는 단판류(單板類)의 네오필리나(Neopilina)는 환형동물과 연체동물의 중간형, 포유류에 넣고 있는 단공류(單孔類)는 조류와 포유류의 중간형에 속한다. 또한, 유사종들 사이에는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많고, 한 종의 구성원들은 변이성이 큰 경우가 많아 종의 가변성을 직감할 수 있다.

⑶ 비교해부학상의 증거

생물의 체제에 관해서는 서로 다른 무리의 생물 사이에서 기본적으로 같은 배치와 구조를 나타내는 기관을 서로 상동(相同)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포유류의 여러 무리(개·소·박쥐)의 앞다리의 구조, 그리고 이것들과 새의 날개의 골격 등은 상동기관이다. 상동기관은 조상생물의 어떤 기관에서 유래하여 후손이 여러 세대를 거치는 사이에 그 기관이 2차적으로 배치와 구조가 변한 것이라고 여겨지며, 이것은 생물이 공동조상에서 유래하여 변해감을 암시한다. 서로 다른 생물 무리의 어떤 기관들이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기능과 모양을 나타내지만 기본적인 구조가 매우 다른 경우가 있어 이런 기관들은 서로 상사(相似)라고 한다. 새의 날개와 곤충의 날개가 그 예이다. 상사기관의 존재는 기능이 같음에 따라 구조가 비슷한 방향으로 변함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다른 생물에서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기관이 어떤 생물에서는 퇴화되어 있어 전혀 또는 거의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이것을 흔적기관이라 한다. 사람의 순막·송곳니·막창자꼬리 등은 흔적기관이다. 흔적기관은 조상에서는 발달되어 있던 것이 후손에서 퇴화한 것이라고 여겨지며, 기관의 가변성을 보여준다.

⑷ 발생학상의 증거

위에서 언급한 상동기관은 발생적으로 공통성을 나타낸다. 서로 다른 무리의 생물의 어떤 기관은 성체(成體)에 있어서 각각 특수한 형을 하고 있지만, 그 발생과정을 보면 같은 규범에 속하며, 공통된 기형(基型)에서 출발하여 특수화한 것같이 보이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척추동물인 어류·양서류·파충류·조류·포유류의 성체의 동맥궁(動脈弓)은 각각 특수하지만 발생과정을 보면 모두 어류의 것과 같은 형으로 형성되었다가 발생이 진행됨에 따라 제각기 특수화한 것이다. 서로 다른 동물 무리의 유생형이 유사한 경우도 많다. 환형동물과 연체동물의 어떤 것들은 트로코포아 유생을 함께 가지며, 극피동물의 유생과 반색동물의 별벌레아재비류(Balanoglossus)의 유생은 비슷하고, 갑각류의 처음 유생기는 모두 노플리우스유생이다. E.헤켈은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고 했다. 이것을 생물발생 원칙 또는 반복설이라고 한다. 이 원칙은 생물의 발생과정에서 조상생물의 형태가 반영된다는 것을 강조한 점에서 중요하지만, 오늘날에는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발생학상의 사실들은 생물들이 공동조상에서 유래하여 갈라지면서 변해왔음을 암시한다. 유생형의 유사성은 상동기관의 존재와 더불어 유연관계를 따지는 데 매우 중요하다.

⑸ 비교생리학 및 생화학상의 증거

비교혈청학에서 밝혀진 항원항체반응을 이용하여 동물사이의 관계를 조사해 보면 분류학적으로 가까운 것일수록 반응이 강함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생물이 공동조상으로부터 자손이 갈라져 나와 진화함에 따라 처음에는 같았던 체내 단백질의 종류와 구조가 차차 달라졌음을 뜻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생물 사이의 유연관계의 판정에 이 반응을 이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꼬리가 없는 원숭이류(유인원), 긴꼬리원숭이류, 원시적인 영장류의 순으로 그 반응이 약해진다. 고래류는 포유류의 여러 목 중에서 우제류(偶蹄類)에 가장 가깝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해산동물의 혈액성분을 조사해 보면 하등한 무척추동물에서부터 어류로 감에 따라 그 항상성을 유지하는 방식이 발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진화함으로써 점차 발달한 동물이 생겼으리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포유류의 뇌하수체중엽에서 나오는 호르몬 중에는 α흑색소포자극 호르몬(αMSH)이라는 단백질이 있다. 또한, 뇌하수체전엽에서 나오며 부신샘을 자극하는 부신피질자극 호르몬(ACTH)이 있다. 말·소·돼지의 MSH는 아미노산 서열에 있어서 처음의 13개는 서로 같다. 면양·소·돼지의 ACTH의 처음 13개 아미노산의 서열이 MSH의 경우와 같으며, 39개 중 25∼33번째의 아미노산 서열만이 각 동물에서 특이할 뿐 나머지는 같다. 이런 사실은 ACTH와 MSH의 공동기원을 암시하며, 유제류 내에서 ACTH 구조의 차이가 근소한 것은 이 동물들의 유연관계가 가까움을 의미한다.

⑹ 생물지리학상의 증거

다윈은 비글호 항해 도중에 갈라파고스군도에서 방울새류의 다양한 종류에 주목하였다. 이 다양성은 남아메리카대륙으로부터 우연히 건너온 조상 방울새가 여러 섬에서 각각의 생태적 지위에 따라 변화함으로써 이루어진 것으로 설명된다. 하와이군도에서 초파리류가 매우 다양한 것도 이런 예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는 본래의 포유류는 박쥐류만 있고, 원시적인 난생 포유류인 오리너구리와 바늘두더지 등의 단공류(單孔類)와 캥거루와 주머니늑대, 주머니두더지등의 유대류(有袋類)는 매우 다양하다. 이것은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 아직 발달한 포유류가 없었을 때 이 대륙이 다른 대륙과 분리됨으로써 유대류가 여러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여 적응방산(適應放散)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 남아메리카의 라마류와 아시아의 낙타류는 모두 낙타과에 속하는 가까운 동물인데 현재에는 매우 불연속적인 분포를 하고 있지만 지사학적(地史學的)으로 그 분포의 유래를 설명할 수 있다. 오늘날 육상생물의 분포상태의 어떤 것은 생물의 진화와 대륙의 이동을 전제로 한다면 설명이 잘 된다.

⑺ 유전학상의 증거

사람들이 옛날부터 농작물이나 가축의 품종을 주로 인위선택을 통하여 개량해 온 사실은 생물이 변할 수 있다는 뚜렷한 증거이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의 발상은 인위선택에서 온 것이다. 유전학 분야에서 그 성질을 밝혀낸 변이현상, 특히 돌연변이는 진화의 직접적인 증거가 될 뿐만 아니라, 진화의 기구를 설명하는 데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1945년 이후에 유전물질인 DNA(디옥시리보핵산)의 구조 및 기능에 관한 연구가 급속도로 진행되어 그 가변성이 밝혀졌다. 드디어는 DNA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기술이 발달하여 유전공학이 성립되기에 이르렀다.

진화의 경로

생물의 각 무리는 대를 이어 변천 진화해 온 경로가 있을 것이다. 이 경로를 따지는 연구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왜냐하면 이런 연구에는 화석이 직접적이고 중요한 재료가 되는데 생물이 화석화하는 기회는 매우 드물어 과거의 생물의 모든 종류가 화석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며, 화석으로 된 것도 지층 속에서 발견되는 기회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진화의 경로를 따지는 일은 생물군의 계통발생을 밝히는 일이며, 이것은 생물 상호간의 유연관계를 밝히는 일과 직결된다. 이런 일은 현존생물의 비교 연구와, 발견된 화석의 연구에 의거하는데 그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계통발생의 모습을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 계통도이다. 계통도에는 가설적인 것이 많으나 어떤 무리의 것은 매우 구체적이고 믿음직하다. 진화의 경로를 살펴보면 진화의 과정에는 여러 가지 경향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⑴ 진화경로의 대강

지구상에서 최초의 간단한 생물이 형성된 것은 적어도 30억 년 전의 일로 생각된다. 원시조상형의 세포들은 우선 모네라(핵막이 없는 단세포로 된 것)와 원생생물(핵막이 있는 진핵세포로 된 것)의 두 주요계열이 생겼다. 원시 모네라로부터 세균·남조류가 유래했다. 원시원생생물은 여러 계열로 갈라지면서 진화하는 사이에 어떤 것은 엽록소를 생성하게 되어 광합성작용을 하게 되었고, 이런 계열에서 편모충류가 유래하였다. 원시 편모충류로부터 원생생물 상태의 여러 가지 조류(藻類)·원생동물이 방산하는 한편, 다세포 상태의 식물이나 동물의 조상형이 생겨났으리라고 생각된다. 동물의 경우 선캄브리아대(代) 말까지는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동물의 문(門)이 형성된 것 같다. 선캄브리아대 말까지의 모든 생물은 물 속에서 살았을 것이며, 그 때까지는 아직 육지에 침입한 것은 없었던 것 같다. 고생대의 캄브리아기부터 여러 지층에서는 많은 화석이 발견된다. 이런 화석에 의거하면 선캄브리아대 생물의 후손들은 진화를 계속하여 분지해 왔고, 보다 더 고등한 식물이나 동물의 무리들이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문 수준에서 볼 때에는 캄브리아기에 있던 것은 오늘날까지 존속해 왔지만 종 수준에서는 캄브리아기에 있던 것이 오늘날까지 살아 남은 것은 없는 것 같다.

⑵ 진화의 경향성

진화과정에는 여러 가지 경향성(규칙성이라고도 한다)이 있어 법칙이라고까지도 한다. 그러나 어느 것이나 대개 예외가 있어 엄밀하게 법칙을 수립하기는 곤란하다.

① 적응방산(適應放散):지구상의 환경 조건은 곳이나 때에 따라 다르다. 즉, 생태적 지위가 매우 다양하다. 생물이 한 조상형의 생물로부터 여러 방향으로 환경적응을 하여 형태적으로나 기능적으로 분화를 일으켜 여러 가지 서로 다른 계통으로 갈라져 나가는 현상이다.

② 진화비역향(進化非逆向):1892년 L.돌로가 법칙으로 수립한 것이다. 진화과정에 있어서 생물체의 기관 또는 그 부분의 구조가 변화하면 그 후의 진화에 있어서 복구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진화과정에서 퇴화한 기관이 다시 발달하는 일은 없다.

③ 체구대화(體軀大化):1880년 E.D.코프가 주로 포유류에 관하여 주장한 것인데 진화함에 따라 몸이 커진다는 것이다.

④ 진화속도 부동:생물의 종류에 따라 진화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육지생물은 대체로 바다의 것보다 더 빨리 진화해 왔고, 완족류의 어떤 것은 약 5억 년 동안이나 변하지 않고 그 원형을 유지해 왔다. 말의 조상으로부터 현생말에 이르는 계통에서는 5500만 년 사이에 8속이 생겼고, 1속의 탄생에 평균 750만 년 이상이 소요되었다고 계산된다.

⑤ 절멸(絶滅):진화도상에서 생물의 어떤 분류군이 아주 멸망해버리는 것. 그 원인은 아마 생물이 변해가는 환경(지각의 변동, 기후의 변화 등)에 충분히 빨리 재적응할 수 없는 것과 생물 상호간의 생존경쟁일 것이다.

⑥ 상관(相關):생물이 진화할 때 여러 기관 또는 한 기관의 여러 부분이 동시에 비례적으로 변화한다. 예를 들면, 기린의 진화 과정에서 키가 매우 커졌는데 목이 길어짐과 동시에 다리도 길어졌다.

⑦ 수렴(收斂):둘 또는 그 이상의 유연관계가 없거나 매우 먼 무리들이 같은 형의 환경에 적응되어 같은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상어·어룡(옛날 파충류)·돌고래(포유류)는 수중 생활에 적응된 비슷한 외형을 나타낸다.

⑶ 생물의 계통

앞에서 계통도에 관해서 언급한 바 있는데, 생물의 계통은 간접적인 추론에 의해 따져지는 것이므로, 같은 분류군에서도 연구자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계통도가 제안되는 경우가 많다. 계통도를 보통 계통수라고 하는 것은 단 하나의 조상생물로부터 점차로 나무 모양으로 가지를 쳐서 여러 종류의 생물이 생겨났다는 생각에 따른다. 이런 생각은 이미 다윈이 가졌으며, 헤켈이 처음으로 동물계의 계통수를 작성했다. 그러나 생물의 진화는 각각의 계통이 어느 시기에 폭발적으로 새로운 종을 생성함으로써 진행한다는 폭발적 진화설(爆發的進化說)도 제창되고 있으며, 그 예는 연체동물의 암모나이트, 극피동물, 포유류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계통도가 한 그루에서 가지가 더부룩하게 나 있는 모양이다. 한편, 근년에 고생물학자인 N.엘드리지와 S.J.굴드 등은 지질학적 규모에서 보면 매우 빠른 속도로 종은 생성하고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거의 변화 없이 존속한다는 단속평형설(斷續平衡說:punctuated equilibrium)을 제창하여 주목되고 있다. 이 경우 계통도의 가지들은 절선 모양으로 된다. 생물의 계통에 관해서 문제되는 것 중의 한 가지는 생물의 어떤 분류군의 기원이 일원적인가 또는 다원적인가 하는 것이다. 원생동물은 단세포라는 공통성 때문에 모두 한 문(門)에 넣는 것이 보통이지만, 처음부터 상당히 다른 계통들의 모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포유동물이라는 척추동물 아문의 한 강은 파충류의 수형목(獸形目)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는 일원적이지만, 수형류의 1속 1종에서 유래한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1목에서 유래했다는 점에서는 일원적이지만 과나 속으로부터의 유래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원적인 경우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서 포유류 중의 한 무리인 단공목(單孔目)은 다른 무리들과는 다른 계통이며, 이미 절멸한 화석 포유류를 포함시키면 포유류에서는 적어도 7계통이 구별된다고 한다.

진화의 요인

이 문제를 둘러싸고 옛날부터 용불용설(用不用說)·자연선택설·돌연변이설·격리설·잡종설·정향진화설 등 여러 가지 일면적인 학설이 제창되었으나 1937년경부터 변이·자연선택·격리 등 여러 가지 요인을 종합하여 생물진화의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집단유전학의 발달이 이것을 부채질하였다. 생물진화의 메커니즘 문제는 결국 새로운 종이 어떻게 형성되는가 하는 것이 그 중심문제가 된다. 보통 새로운 종의 형성과정을 소진화(小進化)라 하고, 생물 사이에서 종 단계 이상의 차이가 생겨나는 것을 대진화(大進化)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대진화의 과정은 소진화의 기구로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⑴ 집단유전학과 진화의 요인

집단유전학은 진화의 요인을 따지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이것은 생물의 같은 종의 집단 안에서 자연선택에 의하여 각각의 유전자의 비율이 계속되는 세대에서 어떻게 변화하는가 등을 수리적(數理的) 및 실험적으로 조사하는 분야이다. 선택은 개체에 대하여 작용하는데 개개의 개체는 어떤 대립유전자에 관하여 동형이거나 이형이다. 다음 세대의 개체의 형질은 그 유전자들을 받아 표현된다. 어떤 유전자형이 다음 대에 남기는 개체수의 비율로 적응도(適應度)를 정하고 선택의 세기는 적응도에 관련이 있는 선택계수로 나타내는 등 수리적으로 이 문제를 다룬다. 돌연변이도 일어나고 잡종강세(雜種强勢) 현상도 있어 문제가 복잡하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자연선택에 관한 실험도 실시된 예가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은 보호색(保護色)에 관한 것이다. 작은 물고기가 큰 물고기나 새에게 먹히는 실험에서 체색의 선택적 효과가 뚜렷하다는 것이 알려졌다. 영국 등의 공업도시에서 암색인 나방이 급속하게 증가한 공업암화(工業暗化) 현상도 보호색효과의 변화에 기인한다는 것이 관찰 및 실험적으로 증명되었다. 초파리를 집단상자에 넣어 사육하는 실험도 있다. 이를테면, 날개가 완전한 야생형과 흔적날개를 가진 돌연변이체를 같은 집단상자에 넣어서 기르면 돌연변이체의 빈도가 급히 줄어드는데, 바람이 부는 데서 기르면 야생형보다 흔적날개 쪽이 많아진다. 자연선택은 항상 생물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환경이 일정할 때 자연선택은 변이가 중앙값 부근에 있는 개체들을 많이 존속시키고 양 극단에 있는 것들은 버림으로써 종을 안정시키는 역할도 한다. 한편, 격리된 작은 집단, 즉 개체수가 매우 적은 집단에서는 우연히 어떤 유전자와 유전자가 특히 많이 결합할 수 있어 이 유전자들은 빈도가 높아질 것이다. 이와 같이 우연한 일이 전체에 강한 영향을 줌으로써 집단의 유전적 조성이 흔들리며, 때로는 적응성이 없는 특질이 고정되는 수가 있다. 이런 현상이 유전적 부동(遺傳的浮動)인데 진화의 한 원동력이 된다. 이런 현상은 섬과 같이 격리되어 있는 곳의 식물이나 동물에서 흔히 관찰된다. 이 경우 적응성이 있는 것이 생존하여 자손을 남긴다고만 볼 수 없다.

⑵ 종의 형성

종이란 교잡을 통하여 생식적 연락이 유지되는 여러 집단의 모임이다. 다시 말하면, 같은 한 유전자 급원(給源)을 나누어 가지는 여러 집단의 전체 모임이다. 한 종의 유전자 급원 내부에서는 유전자가 자유로이 유통될 수 있지만 2종의 각 유전자 급원 사이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즉, 생식적 장애가 종과 종 사이를 격리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종의 형성 과정문제는 생식적 장애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를 설명하는 데 있다. 한 종의 개체들은 어느 지역에 분산되어 있다. 그것들이 생식을 통하여 서식처를 더 넓혀가는 동안 여러 환경에 부딪친다. 여기서 어떤 유전자형의 소유자들은 그것들이 처하고 있는 환경에 적응적이어서 살아 남아 자손을 남기고 어떤 것들은 적응성이 없어 그렇지 못하다. 이 과정이 바로 자연선택(自然選擇)이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말미암아 돌연변이와 기타 방법에 의한 변이가 계속되므로 자연선택 작용도 계속된다. 이러는 사이에 원래 한 종에 속하던 집단들 사이에 지리적으로 더 먼 거리가 생기고, 또한 생태적·계절적으로 거리가 생기게 되면 서로 자유로운 교잡이 일어나지 못하는데 이런 현상이 격리작용(隔離作用)이다. 이리하여 지역적인 아종(亞種)이 생기게 되며, 각 아종 안에서 계속하여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자연선택이 누적적으로 작용하면 형태·기능적으로 많은 차이가 생기게 되어 드디어는 아종들 사이에서 생식적 격리가 완성된다. 이리하여 한 가지 종에서 여러 가지 종이 생겨날 수 있는데, 이 과정은 보통 점진적이어서 오랜 시간을 요한다. 식물에서는 배수체(倍數體)로서 비교적 빠른 속도로 새로운 종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도 자연선택이 작용한다.

⑶ 기타 문제

집단유전학의 실제 연구대상은 종의 내부문제, 즉 소진화의 문제이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소진화의 메커니즘으로 대진화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만, 대진화에는 또 다른 메커니즘이 있다는 설도 제창되어 왔다. 이 때 새로운 유전자가 언제나 이미 있는 유전자의 변화로 생기는 것인지 또는 미분화의 소재(素材)로부터 새 유전자가 생기는 일도 있는 것인지가 문제인데, 이는 분자진화학(分子進化學)의 한 분야이다.

6. 우주와 생명

오늘날 우주로켓에 의한 관측과 천문학의 발달로 지구 이외의 태양계의 여러 행성에는 외계인의 존재 가능성은 전혀 없어서 금성인이니 목성인이니 또는 토성인이니 하는 등의 공상은 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태양계 바깥에서의 지적 생명체의 존재여부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 있지 않다.

생명체는 오직 지구에만 있는가? 지구 이외의 다른 곳에도 생명체가 살고 있는가? 다른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는 무수한 다른 행성에도 생명이 있을까? 만약 생물이 살고 있다면 그 생물은 어떤 종류의 생물이며, 그 몸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그들도 지구의 생물처럼 유기화합물의 분자로 이루어져 있을 것인가? 그 생물들도 지구상의 생물과 흡사한 모양을 하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지구와 판이한 환경으로 인해 놀라울 정도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인가? 또 그들 중 일부가 지적인 생명체로 진화하여 문명을 이루고 있으며, 또 그 문명이 우리와 같은 시대에 존재해 그들과 의사소통이나 교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생명은 우주에서?

별과 별 사이의 광막한 우주공간에는 희박하기는 하지만 가스상태의 구름과 먼지로 채워져 있다. 성간 공간에는 수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탄소와 산소가 많고, 질소, 실리콘, 황의 원자도 발견되었다. 이들 원자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분자 상태로 존재한다. 전파망원경 관측으로 수십종의 성간분자가 발견되었다. 탄소를 포함한 이런 성간분자의 존재는 생명이 우주공간에서 태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여기서 한가지 주목할 점은, 탄소를 포함한 분자들이 성운안에서 특별히 차가운 장소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자외선이나 고에너지 복사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외선이나 고에너지 복사는 그러한 복잡한 분자들을 그 구성원자들로 분해해 버린다. 또 성간에는 물과 수산기도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성간분자들 중에서 생명의 재료가 되는 많은 종류의 유기분자들도 확인되었다. 포름알데히드와 포름산, 에틸 알코올등이 풍부하게 발견된다. 앞으로 보다 더 복잡한 분자들도 발견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유기분자들이 그대로 생명으로 진화된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이러한 유기분자가 우주에 풍부하게 존재한다는 것은 지구외에 도처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충분한 시간만 있다면 생명의 탄생과 그 진화는 우주에서 필연적일 지도 모른다.

거문고 자리의 베가, 남쪽 물고기자리의 포말하우트, 이젤자리의 베타별등에서는 별을 둘러싸고 있는 먼지 디스크가 발견되고 있으며, 이와같은 디스크에서 행성계가 형성되는 별도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 천문학자들은 별궤도의 어긋나기등으로 그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한다. 행성의 존재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는 운동이 관측된 별도 다수 있다. 태양과 같은 유형의 별에 행성계가 존재할 경우 그 중 1개 또는 2개의 행성은 생명에 적합한 환경일 것으로 생각된다. 지구에서는 탄생 후 10억년 경에 원시생명이 태어났다. 조건만 갖추어진다면, 뜻밖에 생명은 간단히 탄생할는지도 모른다. 지구에는 최초의 생명탄생후 많은 환경 변화가 일어났고, 생명은 그 때마다 살아남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지구상에서의 생물진화의 과정을 보면, 생명은 가혹한 환경에도 적응하여 살아나가는 메카니즘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어떤 행성에서 탄생한 생명이 고도의 문명을 이루도록 진화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을수도 있다.

외계인(extra terrestrial)의 존재

처음으로 지구 이외의 천체에도 인간이 살고 있다고 주장한 사람은 16세기의 철학자 G.브루노였다. 그의 독자적인 우주관은 이단으로 몰려 그 자신도 끝내는 화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그리스도교 신학에 영향 받은 예로부터의 생물학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 후에도 뿌리깊게 살아 있었다. 그리하여 C.다윈의 진화론과 새로운 태양계 기원설을 거친 현대에는, 은하계에는 5억∼10억의 지구형 행성이 있다고 추정되고 있으며, 거기에는 지구인과 동등하거나 또는 더 진보된 문명을 가진 외계인이 존재할 것이라는 것은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어느 정도 근거 있는 과학적 추측으로 되어 있다.

만일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그 모습은 어떠할 것인가? 17-18세기에 걸쳐 S.시라노 드 베르즈라크와 J.스위프트에 의하여 풍자적인 외계인이 그려졌다. 처음으로 과학적인 근거를 가진 외계인을 생각해 낸 것은 H.G.웰스의 '우주전쟁'(1898)에서이다. 여기에 그려진 화성인은 거대한 눈과 입을 가진 지름 1.2 m나 되는 머리에 16개의 채찍 같은 촉수가 난 문어형의 생물로 그 후의 공상적인 외계인의 전형이 되었다. 이것은 화성의 작은 중력(지구의 1/3)과 적은 산소(현재와 같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지 못하였다), 또 고도로 발달된 동물이 진화 도중에 거치는 형태(뇌·심장·폐의 거대화) 등을 고려하여 생각해 낸 것으로, 그 당시로서는 그 나름대로 논리적인 타당성이 있었다. 또 최근(1982년) 미국에서 상영되어 기록적인 장기상영과 흥행성적을 올리고, 세계적으로 선풍을 일으킨 영화 'ET'도 외계인을 그린 것이다.

어쩌면 외계인은 우리의 상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일 지도 모른다. 지구상의 생물은 모두 유기화합물의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복잡하고 미시적인 구조를 이루며 탄소가 그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외계생물은 이와는 전혀 다르게 이를테면 규소나 플루오르가 탄소대신 그 중심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생물은 지상의 생물과는 전혀 다른 모습과 구조를 가질 것이다. 그렇지만 외계인의 형태는 진화론적으로 유추해 볼 때 지구인과 닮은 형태, 즉 직립하고 머리에는 뇌와 눈·코·입·귀 등의 여러 기관이 모여 있고, 두 팔과 다리를 가졌을 지도 모른다.

외계문명탐사(SETI)

태양은 은하계내 2000억개의 별들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은하계도 우주에 존재하는 수천억개의 은하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주의 어딘가에 태양계와 같은 행성계가 있고, 거기에 고도의 문명을 가진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많은 천문학자들은 그 가능성을 믿고 있다.

은하계내 별들의 10 %인 약 200억 개의 항성은 태양처럼 행성을 거느리고 있을 것으로 여겨지며, 그 많은 행성계 안에는 지구와 같이 광(光)에너지를 받아서 생명체가 발생하여 고등생물로 진화되어 있는 곳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숫자를 전체의 1 %로 잡아도 2억 개 이상이 되는데, 그 중에는 고등생물이 고도의 문명을 구축해서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행성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한 외계의 고등생물은 그들 역시 인류처럼 전파를 발사하여 외계의 고등 생물과의 정보교환을 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전제 아래, 그 전파를 수신하고 회신도 하려는 계획이 미국·러시아·일본 등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것이 외계지적문명탐사(SETI=The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이다.

지구밖 문명을 탐사하려는 첫번째 시도는 미국 코넬대학의 드레이크에 의해 이루어졌다(1960년, OZMA 계획). 드레이크는 웨스트버지니아주 그린뱅크에 있는 전파망원경을 통해 우주에서 오는 파장 21cm의 전파안에 인공적인 신호가 있는가를 조사하였다. 수소원자가 내는 파장 21cm 전파는 우주에서 가장 보편적인 전파이므로 우주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이 전파를 이용할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관측대상천체는 행성이 있다고 여겨지던 에리다누스 별과 고래자리 별이었다.

드레이크는 만일 지구밖에 외계문명이 존재한다면 그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를 추측해 보았다. 이것이 드레이크 방정식이다.

은하에 존재하는 지적문명의 수

N=R^* f_p n_e f_1 f_i f_c L

R*: 은하계 안의 별 탄생 속도(1년 동안 탄생하는 별 수)

fp: 별이 행성계를 가질 비율

ne: 별이 갖는 행성의 수

f1: 생명체 존재가 가능한 행성 비율

fi: 그 행성에서 고도 문명으로 진화하는 생명체 탄생 비율

fc: 그 생명체가 다른 천체와 교신가능할 만큼 진화할 비율

L: 그 문명의 수명

여기서 각 인자의 값은 아직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따라서 각 인자의 값을 어느 정도 낙관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N의 값은 많이 달라진다. 드레이크는 N을 수천으로 보고 은하내에 많은 문명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N을 1이하로 보고 우리가 은하내에 유일한 문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느 쪽이 옳은지 확답할 수 없다.

NASA는 SETI의 일환으로 초단파탐사계획(MOP=Microwave Observing Project)을 추진하고 있다. MOP는 전하늘을 3-30 cm파장 범위의 모든 전파로 샅샅이 수색해 가는 '전천탐사'와 80광년내의 태양형 별 800개와 몇 개의 성단 및 은하등 1000개가 넘는 목표를 10-30cm 파장범위의 전파로 집중 탐사하는 'target 탐사'를 10년간에 걸쳐 수행하는 것이다. 이 계획에는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에 있는 지름 305m의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과 NASA의 Deep Space Network의 지름 34m와 70m 안테나가 쓰이고 있다.

외계 생명체와 외계문명

SETI가 성공한다고 해도 그것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것은 아니다. 만일 지구에서 100광년 저쪽의 문명세계에서 온 메시지를 받았다고 하면 그것은 이미 100년 전에 보낸 내용일 것이며, 그에 대해 회신을 한다면 100년 뒤에나 도달할 것이다. 따라서 SETI는 자자손손 이어가며 추진해야 할 원대한 계획이다.

왜 우리는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외계생명체의 존재를 찾으려 하는가? 첫째는 인류의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주에 존재하는 다양한 천체의 존재를 알고 있다. 또 우주의 기원과 종말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우주에서의 생명에 대한 탐사는 현대천문학에 남겨진 마지막 과제의 하나이다. 또 이러한 문명의 발견은 인류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지구 45억년 역사에서 인류가 등장한 것은 겨우 100만년,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로 나서고 문명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만년 정도로 지극히 짧은 기간이다. 그 이후 인류는 끊임없는 전쟁과 민족간 분쟁에 휘말려 왔고, 20세기에 들어서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었다. 이제 인류는 원자의 구조를 해명하고 세계를 멸망으로 이끌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또 다시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인류 뿐 아니라 지구 존재 자체도 위협받게 되었다. 그 뿐만아니라 인간에 의해 지구의 환경과 조절기능이 심각하게 파괴되어, 지구역사이래 45억년간에 걸쳐 이룩된 평형이 깨져 인류를 멸망에로 이끌어 갈 지도 모른다. 과연 인류가 전쟁과 환경파괴, 그리고 질병을 극복하고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인가? SETI는 마치 콜럼부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여 세계가 확대해 간 것처럼 외계문명의 발견은 인류의 역사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게 될 지도 모른다.

과연 문명의 수명은 어느 정도일까? 인류 역사를 100만년으로 볼 때 인류가 외계문명과 교신을 할 수 있게된 것은 고작 10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기간은 고작 1/10000에 불과하며, 지구 역사 45억년에서 보면 1/4500만의 기간에 불과한 것이다. 어쩌면 외계문명은 오래전에 지구에 지적문명이 없다고 결론내렸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외계문명과의 교신이 가능해진 오늘날의 엄청난 과학발전의 속도로 미루어 외계의 지적 문명이 우리보다 100년이나 1000년 정도 앞선 것이 아니라 1만년이나 1억년이 앞선다면 과연 그들이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또 우리가 그들과 대화한다는 것이 가능이나 할 것인가? 마치 인간이 하등동물과 대화하려는 것처럼 생각하지나 않을까?